9. 원고지와 키보드
막종이와 연필 새로 주문한 키보드가 배달돼 왔다.포장에서부터 돈의 값이 보였다. 아무리 검약을 강조해도 번번이 흔들리고 넘어지게 하는 고급한 것의 위력에 피식 웃고, 알몸을 드러낸 키보드의 날렵한 모습에 헤벌쭉 크게 웃었다. 노트북 컴퓨터 본체의 키보드는 가깝고도 먼 불편함이 있고, 따로 구입해서…
막종이와 연필 새로 주문한 키보드가 배달돼 왔다.포장에서부터 돈의 값이 보였다. 아무리 검약을 강조해도 번번이 흔들리고 넘어지게 하는 고급한 것의 위력에 피식 웃고, 알몸을 드러낸 키보드의 날렵한 모습에 헤벌쭉 크게 웃었다. 노트북 컴퓨터 본체의 키보드는 가깝고도 먼 불편함이 있고, 따로 구입해서…
여행 말고 모험 유명한 곳들을 편하게 찾아다니는 여행은 유람이거나 고급 관광이라 할 것이다.그러나 일정도 목적지도 없는 내 자동차 여행은 단연코 모험이다. 지적 호기심에 의한 학술적 행위나 탐험이 아니라, 개인적 호기심에 의한 충동적인 떠남이다.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싶은 열망이며, 그것이…
비밀스러운 낙원의 완벽한 평화 우리는 낙원을 꿈꾼다.보편적으로 죽어야 가는 곳이라지만, 소설이나 구전(口傳) 속에 등장하는 지상의 것들도 많다. 무릉도원이니 이어도니 하는 동양의 낙원들이 있고, 샹그릴라니 아발론이니 하는 서양의 파라다이스들이 있다. 이름은 달라도 완벽하게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제도와 이성으로…
숫자에 눌리는 삶 숫자는 힘이 세다. 나이와 돈의 숫자는 특별히 세다.나란히 선 두 개의 주유소 기름값이 0.1달러만 차이가 나도 싼 곳으로 끌리게 되고, 한여름 전기세 고지서가 10불만 올랐어도 10불만큼의 마음 무게가 얹힌다.마찬가지로, 55세 때의 ‘senior discount(경로우대)’라는 말은 특권처럼 들렸는데, 65세가…
침묵에 대한 명상 “딘이 너한테 얘기했니?”앞집의 선생님이 물었다.“뭘?”내가 반문했고, 선생님이 얘기를 계속했다.“어제 네가 외출했을 때, boy보이들이 펜스 열고 나와서 아주 축제를 벌였어. 두 녀석이 장화 신고 돌아 다니는데, 딘이 데려와 씻기고 들여보냈어…”“그 새 그 난리를 쳤어?”어이가 없었다.세 시간도 못 되는…
블랙힐스의 연중행사, Volksmarch 세계 최대의 조각상에 올라가 쇄골에서 손가락 끝까지 노닐 수 있는 폭스마치Volksmarch. 왕복 10km의 산길을 행진 하는 이 행사는 6월 초와 9월 말, 두 번만 개최되는 특별한 연중행사다. 평소에는 멀리서만 바라봐야 하는 미완성 조각상을, 이날만큼은 끝까지 걸어 올라가…
미국 하늘에 뜬 한국 달 내일이 추석이라고 한다.미국의 추수감사절이 아니라, 한국의 추석명절 한가위란다.Thanks Giving땡스기빙이라고 하면 칠면조가 따라오지만, 한가위라는 이름 뒤에는 둥그런 보름달이 떠 오른다. 다코타의 하늘에도 한가위의 둥그런 보름달은 매년 떠 올랐다.내집 앞마당에서 떠 올라 뒷마당으로 넘어가는 달을 나는 해마다…
사회적 동물 폴린에게서 전화가 왔다.다운타운에 홈커밍 퍼레이드를 보러 가겠느냐고 했다. 축구시합 개최를 앞 두고 학생들이 벌이는 행진이었다.겨우 1 Km 의 시내를 행렬이 관통하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허망한 볼거리였다. 구경하러 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보다 짧은 행진이었지만 폴린과 이웃들은 해마다…
어린아이는 가난을 돈으로 배웠지만,삶이 가르쳐 준 가난의 기준은 달랐다. 가난한 아이들 70원 외상으로 혼쭐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집이 가난한 사람은 손들어라.”어느 날 아침수업 시작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꽤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나도 번쩍 손을 들었다. 우리집이 가난뱅이라는 걸 아는…
세상보다 먼저 알았던 빚의 무게 미국에서 44개 주를 돌아다녔다고 하면 금 수저 물고 태어났거나 돈벼락 맞은 부자일 것으로 짐작한다. 남한테 구차한 소리를 하거나 빌리려고 하지 않으니, 아쉬운 거 하나 없는 백만장자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백만 불만 투자하면 한 달 이자 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