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거실 창문은 이쁜 꼴이(꼬리) 형제들의 멍플릭스 화면이다.
매 순간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화면이다.
새, 다람쥐, 토끼, 고양이, 칠면조, 그리고 사슴들……
다양한 연기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에 두 명의 고정 관객은 오늘도 정신없이 빠져든다.
창틀에 바짝 붙인 쿠션 좋은 의자, 객석 1열 특석을 차지한 녀석들의 열광은 사슴들의 등장에 절정으로 치닫는다.
“캉캉! 콩콩! 사슴이다! 최고의 스타 사슴들이 등장했다!”
관객들의 난리법석은 기어이 나까지 끌어들인다.
나는 2열 객석인 소파에서 몸을 구부리고 꼴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
사슴들이 보인다.
아직은 건너편 이웃집 마당이다.

그러나 곧 길을 건너 내 마당으로 들어와
나의 어여쁜 꽃들에게 함부로 입맞춤을 할 것이다.
가녀린 꽃들의 목을 잘라내는 죽음의 키스를.
‘그럴 수는 없다!’
슬그머니 거실의 출입문을 연다.
꼴이 형제가 튕겨지듯 뛰어나가 사슴들에게 돌진한다.
관객과 배우가 공동으로 출연한 스펙타클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이웃집 마당과 골목, 또 다른 이웃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스릴 넘치는 추격전이다.
드디어 쫓기던 사슴들은 저희들의 요새가 있는 언덕으로 퇴각을 한다.
꼴이들의 추격도 언덕으로 올라간다.
이쯤 되면 나도 슬슬 나서야 된다.
언덕 위에서는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무리의 우두머리인 수사슴이 성큼 꼴이들 앞으로 나선다.
제 가족들을 보호하듯 막아서며 위풍당당하게 폼을 잡는다.
꼴이 둘을 합친 것보다 두 배도 더 되는 덩치에, 나뭇가지 모양의 커다란 뿔까지 솟아 있다.
꼴이들이 멈춰 선다.
그러나 덩치에 밀려 쉽게 물러서는 건 자존심 상한다.
일단 상황을 살펴본다.
수사슴도 자존심이 상한다.
무리들 앞에서 조그마한 녀석들과 대치하고 있는 게 화가 난다.
우두머리의 체면을 구기는 쪼꼬미들을 그냥 둘 수가 없다.

수사슴이 뿔 달린 머리를 내저으며 성큼성큼 다가선다.
그제서야 꼴이들도 화들짝 돌아선다.
뒤바뀐 추격전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한다.
“얌마, 사슴!”
언덕 아래의 내가 벼락 같은 소리로 포효한다.
배우들의 액션이 딱 멈춘다.
추격전은 정지화면으로 바뀌었다.
내가 다시 소리친다.
“너, 까불래!!?”
오늘의 멍플렉스 드라마는 그렇게 종료된다.
의기소침 수사슴은 무리에게 돌아가고,
의기양양 꼴이들은 엄마에게 달려온다.
언덕마을의 서열이다.
새 – 다람쥐 – 토끼 – 사슴 – 꼴이
그러나 언덕 위의 서열은 조금 다르다.
꼴이보다 수사슴의 서열이 조금 더 높다.
하지만 그 위에 내가 있다.
나는 언덕과 마을을 통틀어 서열 1위다.
사람만 빼고,
모든 동물들을 제압하는 내가 우두머리다.
하하.

